비주택 부동산개발 영역 개척한 '시티코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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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지배구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순자산 2000억원을 달성한 국내 디벨로퍼.' 이번 기고에서는 비주택 전문 영역을 개척하면서 크게 성장한 디벨로퍼 '시티코어(CTCORE)'를 살펴보고자 한다.
(1)지배구조
핵심기업인 시티코어를 중심으로 관계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PFV가 개발사업 진행을 위한 도관체(투자기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티코어에셋과 시티코어디엠씨 정도를 의미있는 관계사로 볼 수 있다.
시티코어는 이진호 회장이 2007년 설립한 회사다. 2022년 시티코어는 인적 분할돼 분할존속법인의 사명을 시티코어에셋으로 변경하고, 분할 신설법인이 시티코어라는 이름을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시티코어가 시티코어디엠씨(DMC)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호 회장은 68년생으로, 1세대 디벨로퍼의 연배와 비슷하다. 과거 센터원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글로스타에서 개발 경험을 쌓았다.
(2) 무엇으로 얼마를 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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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코어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선 애플트리PFV를 먼저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애플트리PFV는 공평 1,2,4지구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센트롤폴리스를 개발한 시행 주체다. 당시 시티코어와 시티코어공평이라는 법인이 전체 PFV 지분 약 60% 남짓을 보유한 바 있다.
애플트리PFV는 시티코어가 2018년부터 외감법인으로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외감법인으로 등장한 첫 해에 빚 없이 순자산 930억원을 들고 나타났다. 빚이 거의 없는 상태의 개발사는 처음 접해 필자는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변곡점
시티코어 설립 이후에는 자체 개발 사업이 아닌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센터원 등 개발사업의 PM업무를 맡았다. 2013년 공평 1,2,4지구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위한 애플트리PFV를 설립한다. 공식적인 첫 자체 사업이자 센트롤폴리스의 시초였다. 2013년 기준 공평 1,2,4지구 건설용지(사업면적 약 3000평, 획지 면적 약 2400평) 장부가는 2336억원에 달했다.
사업 진행 도중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 터가 온전하게 발굴되며 지하 1층에 공평도시 유적전시관을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다. 기부채납에 따라 용적률이 기존 999.05%에서 1200%까지 약 200% 포인트 증가해 기존 계획보다 4개층을 더 지을 수 있었다. 일명 "공평동 룰"의 시초였다.
센트롤폴리스는 2018년 준공 됐고, 우선협상자가 2번 변경 된 끝에 영국 프루덴셜생명 계열의 M&G를 등에 업은 LB자산운용에게 1조1200억언원에 매각 됐다. 대주단에 대출을 상환하고 최종적으로 PFV에 2366억원이 남았다. 같은 해 총 2000억원의 배당이 이뤄졌다.
시티코어공평과 시티코어의 합산 지분율이 약 60% 남짓이었음을 감안하면 두 법인으로 1400억원 남짓의 현금이 흘러들어 온 셈이다.
지배구조 정리의 시작
1.섭우인베스트먼트→시티코어공평→시티코어디엠씨
센트롤폴리스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 애플트리PFV의 최대주주는 시티코어공평이었다. 건물 매각 1년 전 이진호 회장의 다른 법인 하나가 외감법인으로 올라온다. 섭우인베스트먼트다. 자본금 1000만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회사가 갑자기 100억원의 차입(시티코어에서 32억원, 골덴레이인베스트먼트라는 곳에서 30억원, 이진호 외 2인으로부터 38억원을 차입)을 일으켜 100억원의 투자채권을 인수했기 때문이었다. 채무자는 시티코어공평이었다.
시티코어공평이 애플트리PFV로부터 수수하는 배당수익에 대해 배분받을 권리를 가진 익명조합형 채권에 투자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센트롤폴리스가 준공 된 2018년, 섭우인베스트먼트는 시티코어공평에 대한 채권을 출자 전환하며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상한다.
바로 또 다음해인 2019년에는 시티코어공평을 흡수합병(합병비율 1대6.3)하며, 법인명을 시티코어공평으로 변경한다. 이진호 회장과 시티코어가 나눠 가지고 있던 지분을 시티코어가 100% 전량 보유하게 되는 구조로 바뀐 것도 이 때다.
당시 애플트리PFV로 부터 인식한 배당금이 약 1145억원 수준이었고, 합병 통해 정산을 하고 보니 최종적으로 합병 법인에 순자산 530억원이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상기 실적 이미지 파일에는 시티코어공평이 없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시티코어디엠씨로 다시 한번 사명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2.시티코어(구)=시티코어(신)+시티코어에셋
애플트리PFV의 배당금을 받은 주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시티코어공평 뿐만이 아니었다. 시티코어로도 현금이 흘러 들어간 바 있다. 이렇게 시티코어는 센트롤폴리스 덕분에 2019년을 기점으로 외감법인으로 올라오게 된다. 순자산 933억원, 총자산 937억원의 숫자를 들고 말이다.
시티코어는 애플트리PFV와 자산관리위탁계약을 맺은 바 있다. 1조 남짓이 되는 가격에 센트롤폴리스를 매각하고 위탁계약에 근거해 성과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그 금액이 약 443억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배당금으로 332억원을 받았다. (다만, 애플트리PFV는 443억원에 대해 지급수수료 처리 하였으나, 시티코어는 이를 매출이 아닌 배당이익으로 인식)
즉, 지금의 시티코어는 센트롤폴리스 프로젝트 하나로 지금 숫자의 80%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 법인에 어느 날 갑자기 수백억의 현금이 쌓이게 되면 경영자로서는 그동안은 할 필요가 없었던 고민에 직면한다. 현금의 안정적인 운용에 대한 고민이다. 달리 말하면, 리스크의 절연 방식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의사결정의 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한 조직개편도 필요하다. 이럴 때, 떠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인적분할이다.
2022년 시티코어 또한 인적분할 카드를 사용한다. 하나의 회사를 둘로 쪼개 나누는 것이다. 다만, 신설법인의 주주가 변경되는 물적분할과는 달리 두 회사 모두 이진호 회장이 지배를 하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2022년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분할신설법인인 시티코어에서는 기존 사업인 개발사업을 영위한다. 분할존속법인인 시티코어에셋에서는 보유 현금을 통해 자산운용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현금을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수의 리츠와 사모펀드, 그 중에서도 최소가입금액 허들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운용사들의 상품에 현금을 운용중이다.
3.기타사업
시빅센터PF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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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구역 제11,1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프라임오피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빅센터PFV는 시티코어디엠씨가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약 51%다. 2020년 중앙미디어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J빌딩과 M빌딩을 사업 시행권 포함해 약 1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작년 말 브릿지대출 연장없이 바로 1조6000억원 규모의 본PF 전환에 성공해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는 순항 사업장이다. 사업시행 계획상 지상35층, 높이 174.5m의 고층 오피스가 될 전망이다. 이는 서울 사대문 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재작년 11월 기부채납용 공공청사 부지로 편입된 부영빌딩 동쪽 땅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청사 신축 공사에 착수 한 바 있는데, 부영이 이에 반발해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영이 두 차례 기각 결정을 받았으나 다시 항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의 허들이 있다면 이 정도 수준이다.
코람코반포PFV, 코람코동작PFV, 더익스체인지서울(TES)
코람코자산신탁과 손잡고 서울 한강 이남 지역 SK네트웍스 주유소 부지 개발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 및 PM으로 참여하고 있다. PFV 지분율은 각각 27.95%, 27.2%로 시티코어디엠씨가 모두 보유중이다. 작년 상반기에는 더익스체인지 서울(TES) 인수전에 코람코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해 승자가 된 바 있다.
싱가포트투자청(GIC)으로부터 인수한 가격은 2350억원으로, 평당 2640만원에 달한다. 연식이 오래된 건물로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티코어는 개발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에쿼티 투자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마치며
시티코어디엠씨, 시티코어에셋, 시티코어 등 세 법인의 2023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1949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삼성전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시티코어는 서울 도심 오피스 개발에만 집중하는 디벨로퍼로서, 비우호적인 부동산 경기에도 '나홀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진호 회장은 전면에 드러난 적이 없어 조용하다. 아니, 어쩌면 사건/사고로 언론에 보도될 일이 없어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적었는지 모르겠다. 현재 순항중인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도심 오피스의 강자로 우뚝서며 대중 앞에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