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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정전 사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염성오
염성오
- 10분 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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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력시장, 태양과 바람이 전력을 만드는 시장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태양과 바람의 나라입니다. 맑은 날이 많고 바람도 자주 불다 보니, 자연스럽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의 전체 발전설비 중 60% 이상이 재생에너지입니다. 태양광만 해도 전체의 20%, 풍력은 24%를 차지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스페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포르투갈, 모로코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기를 사고팔며 균형을 맞추는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정전은 어떻게 일어났나? – 10시간의 암흑

2025년 4월 28일 정오 무렵, 스페인과 포르투갈, 안도라, 그리고 프랑스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정전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고장 발생 1.5초 만에 발전소들이 줄줄이 멈췄고, 3.5초 후에는 프랑스와의 연결선도 끊기며 계통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12:30 – 평소와 같이
2025년 4월 28일 12시 30분, 국가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은 재생에너지원, 특히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되고 있었으며, 태양광 발전은 전체 에너지 수요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 달 내내 반복되었는데, 스페인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만으로도 한낮에는 국가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페인 전기사업자 Red Eléctrica de España(REE)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4월 28일 12시 30분 당시 전력망은 25GW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32GW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당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68.53%를 차지했습니다. 전력시장 도매가격은 MWh당 -1유로 정도로 마이너스였습니다.
스페인은 남는 전력 가운데 3GW는 양수발전에, 나머지는 포르투갈(2.6GW), 프랑스(0.87GW), 모로코(0.78GW) 등 인근 국가에 수출하고 있었습니다.

12:33 – 이상한 일 발생
12시 30분에서 12시 35분 사이, 5분 사이에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아직 관련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베리아 전력망에서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이 발생하며 전면 정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정전 몇 분 전, 전력망에서 변동이 감지되었고, 그때까지 매우 낮았던 풍력 발전량이 급증했습니다. 프랑스는 스페인으로부터의 전력 수입을 갑자기 중단했는데, 아마도 이베리아반도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태양광 발전의 출력이었습니다. 불과 몇 초 만에 18,000MW에서 8,000MW로 급감했습니다. 태양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출력이 급감한 이유는, 인버터 보호장치나 주파수 감지 시스템의 자동 정지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정황은 전력망 동기화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모든 전원은 동일한 주파수인 50Hz로 동기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동기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일반적으로 원자력 및 대규모 가스, 수력 발전 설비에서 공급됩니다. 이런 전원은 발전량이나 수요의 급격한 변화에도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완충 장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태양광과 같은 가변적 재생에너지원은 이러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직류로 생산된 전력을 50Hz의 교류로 변환하지만, 주파수 변화에 즉각 반응하지 못합니다.

12시 33분 당시 스페인 전력망에는 안정적인 전원이 거의 없었고, 가동 중이던 몇 안 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전력망 과부하를 감지하고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수력 발전 시설은 이미 용량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가스 발전소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출처: https://theconversation.com/spain-portugal-blackouts-what-actually-happened-and-what-can-iberia-and-europe-learn-from-it-255666)

다행히 1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력 시스템은 거의 복구되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그 여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계통관성 부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관성은 쉽게 말해 전력망의 버퍼 역할을 하는 ‘관성 바퀴’입니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의 큰 터빈은 수천 톤의 철로 된 회전체가 회전하면서 갑작스러운 충격에도 주파수 변화를 억제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은 이런 물리적 회전이 없습니다. 전기를 바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버터라는 장치를 통해 만들기 때문에 ‘관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립니다.

관성이 없는 전력이 전체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던 상황에서 아주 작은 주파수 진동이 생기자 이를 감당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결국 발전소들이 하나둘씩 멈추면서 연쇄 정지가 발생했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계통망은 한순간에 무너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마치 줄다리기 도중 중심을 잡아주던 사람이 갑자기 손을 놓아 전체 팀이 넘어지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출처: https://www.carbonbrief.org/qa-what-we-do-and-do-not-know-about-the-blackout-in-spain-and-portugal/)

그러나 여러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선을 그었습니다.

EU 에너지 집행위원인 Dan Jørgensen은 정전 당시 전력 구성에 “비정상적인 것은 없었다”고 말했으며, 정전은 “특정 에너지원 때문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S&P Global의 유럽 전력 분석가인 Daniel Muir도 정전의 성격과 규모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가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총리 산체스는 재생에너지가 정전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풍력과 태양광 의존도를 비판한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정부가 민간 에너지 회사들의 역할을 포함한 진상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처: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5/apr/30/environment-minister-warns-against-blaming-spain-blackout-on-renewable-energy)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스페인의 대정전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분명히 남겼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비슷한 계통 불안정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향후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 12월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필요한 계통안정화 자원 수요를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관성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동기조상기, 가상관성 인버터 등이 그 예입니다.

둘째, 태양광 인버터의 계통연계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스페인처럼 자동으로 꺼지는 태양광이 아니라, 주파수가 흔들려도 일정 수준까지는 견디며 전력을 계속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탄소중립’만 외치며 달릴 것이 아니라, 그 길에 놓인 기술적 장벽들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페인의 정전 사태는 그 장벽을 우리에게 너무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이 준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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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오

염성오는 싱가포르계 거린 에너지(Gurin Energy) 한국법인의 부대표입니다. 이전에는 한국기업평가에서 사업가치평가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는 인프라·에너지 투자 입문서'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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