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10곳, 4분기 무더기 적자...충당금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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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부동산신탁사 14곳 중 10곳이 무더기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신탁사의 합산 실적을 분석한 결과, 4055억 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영업외 손실이 주요 원인이다.
◆ 10개 신탁사 분기 적자…6개사 연간 적자 지속
한국기업평가가 17일 발표한 부동산신탁사 4분기 실적 점검에 따르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신탁사는 총 10개사다. 교보자산신탁(-1032억원) 신한자산신탁(-1301억원) 무궁화신탁(-1033억원)이 1000억원 넘는 순손실을 나타냈다. 특히 신한자산신탁, 무궁화신탁, 교보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코리아신탁 등 6개사는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14개 신탁사의 4분기 합산 영업수익은 4403억 원으로 전분기(446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1분기(3859억원) 대비로는 개선된 모습이다. 그러나 3387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이뤄지면서 3102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부동산펀드 손상차손(한토신), 소송 관련 충당부채 전입(신한자산신탁), 지분법 손상차손(무궁화신탁) 등 영업외 손실이 더해지면서 적자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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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탁계정대여금 증가, 부채비율 상승세 지속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여금 규모는 2024년 12월 말 기준 7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131.7%에 해당하는 수치로, 신탁업계의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KB부동산신탁, 신한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등은 1000억 원 이상의 대여금 증가를 기록하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 또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12월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80.9%로, 전분기(69.3%) 대비 큰 폭 상승했다. 특히 무궁화신탁(168%), 대신자산신탁(149%), 신한자산신탁(146%), 대한토지신탁(143%), KB부동산신탁(129%) 등은 100%를 넘어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 2025년 시장 전망… 금융당국 규제 영향 주목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예고한 '토지신탁 내실화를 위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일부 신탁사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과 혼합형 토지신탁 등의 익스포저가 높은 신탁사들은 재무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신탁사들의 신규 수주 감소, 대손 비용 증가, 차입 부담 확대 등의 요인이 실적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 측은 "부동산신탁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개별 회사의 영업 네트워크, 수주 역량, 자본 여력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며 "충당금 부담 완화 및 자본 확충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